지금 서울교육
칼끝으로 가르는 찰나의 승부
덕원중학교 펜싱부
“앙가르드(En Garde, 기본자세), 프레(Prts, 준비), 알레(Allez, 시작)!” 심판이 경기 시작을 알리면, 빠르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든다. 한 걸음 나아 갈지 물러설지, 공격할지 기다릴지. 펜싱은 짧은 순간 많은 선택이 필요한 스포츠다. 승부는 순식간에 결정되지만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연습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덕원중학교 펜싱부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을 확신하기 위해 오늘도 수천수만 번 검을 겨눈다.
침묵 속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펜싱
제64회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둔 덕원중학교의 체육관. 차분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펜싱 칼의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투구를 쓴 학생들은 서로의 빈틈을 노리며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가 다시 물러나기를 반복한다. 펜싱 선수들은 경기 중 함성을 지르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 상대의 습관과 리듬을 읽고, 공격이 들어올 순간을 예측하며 빈틈을 기다린다. 이것이 펜싱을 흔히 ‘움직이는 체스’라 부르는 이유다.
종목은 에페(Épée)·플뢰레(Fleuret)·사브르(Sabre)로 나뉘는데, 종목에 따라 검의 형태와 득점 부위, 규칙, 장비 규정까지 모두 다르다. 덕원중학교 펜싱부의 주 종목은 에페다. 프랑스어로 ‘검’을 뜻하는 에페는 전신이 유효 득점 면으로,상대를 먼저 찌른 선수가 점수를 얻는다. 거리와 타이밍, 순간의 판단이 중요하며, 공격을 서두르기보다 상대의 수를 침착하게 간파하는 것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펜싱부를 이끄는 신동익 감독과 나도민 코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길러주기 위해 훈련 과정부터 실제 경기와 같은 긴장감을 만든다. 일부러 어려운 상황을 설정해 압박감을 이겨내는 연습을 해봐야 실전에서 흔들리더라도 금세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익 감독은 “기술은 연습으로 익힐 수 있지만 강인한 정신력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펜싱은 상대와 겨루는 경기인 동시에 자기 자신과 싸우는 스포츠인 만큼 실수하더라도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선수로 키우는 것이 덕원중학교 펜싱부 지도진의 목표다.



꿈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
올해로 창단 47주년을 맞은 덕원중학교 펜싱부는 서울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진 중학교 펜싱부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수많은 선수를 길러냈고, 국가대표와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선배들도 배출했다.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김재원 선수 역시 덕원중학교 출신이다. 최근에는 덕원중 최초로 권원택 학생(3학년)이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쾌거를 이뤘으며, 2026 전국소년체육대회 펜싱 개인전에서 윤희우 학생(3학년)과 박소윤 학생(3학년)이 각각 남자 에페 부문 은메달과 여자 에페 부문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명실상부한 ‘펜싱 명가’로서 굳건히 입지를 지켜가고 있기에, 펜싱부에 입단하기 위해 덕원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도 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 시작이 ‘체험’이었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방학 중 운영하는 스포츠 교실에서 처음 검을 잡고 펜싱에 매료되어 선수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는 매일 새벽에 등교해야 할 만큼 집과 학교의 거리가 먼 학생도 있지만 ‘펜싱을 배우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기꺼이 먼 거리를 오간다. 한 번의 경험이 자신의 꿈을 향한 첫걸음이 된 것이다.
학생들에게 펜싱의 매력을 묻자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권원택 학생은 “이겼을 때의 성취감”을, 윤희우 학생은 “상대의 허를 찔렀을 때의 짜릿함”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매일 반복되는 훈련과 경기의 압박감을 견뎌낸 사람만 얻을 수 있는 기쁨이 담겨 있었다.
이제 학생들의 시선은 저마다의 다음 목표를 향해 있다. 누군가는 국가대표를 꿈꾸고, 누군가는 더 높은 시상대에 오르기를 바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어제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한 선수를 목표로 한다. 목표는 달라도 더 나은 자신을 향해 매일 검을 벼리는 마음은 같을 터. 꿈을 위해 나아가는 학생들의 내일이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길 응원한다.

Mini Interview

권원택 학생
(3학년)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증명하고 싶어요”
“청소년 국가대표 선발을 넘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윤희우 학생
(3학년)
“상대의 허를 찔렀을 때 짜릿해요”
“제가 노린 대로 공격이 성공했을 때 가장 짜릿합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힘든 훈련도 즐겁게 버틸 수 있어요.”

박소윤 학생
(3학년)
“일단 시작해 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펜싱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