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사람과 공감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교육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 이호경 교사

글. 편집실 / 사진. 김성재
서울교육 사람들 10월

국내 유일의 공립 다문화고등학교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는 학생들이 각자의 출발점에서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고, 친구들을 사귀며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배경과 속도의 차이를 이해하며 조금씩 간격을 좁혀 가고 있는 이호경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배움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는 이주배경학생들의 한국 사회 적응과 진로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학력인정 고등학교다. 한국어 교육과 정서적 안정을 바탕으로 관광서비스와 관광콘텐츠 분야의 직업교육을 함께 운영하며 직업 역량을 기르는 한편,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교육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학교에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약 10개 언어권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한다. 입국한 지 몇 달 안 된 학생부터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까지, 같은 학년이라도 한국에서 생활한 기간과 한국어 수준은 제각각이다. 이호경 교사는 학생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이 단순히 ‘한국어를 잘하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생활방식과 학교문화에 적응하는 동시에 고등학교 수준의 학습까지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이러한 차이를 학생 개인의 부족함으로 남겨 두지 않는다. 수업은 한국어로 진행하되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다문화언어 강사를 배치하고, 친구끼리 서로 통역하며 도울 수 있도록 한다. 특히 1학년 한국어·국어 수업은 학생들의 수준을 세분화해 운영한다. 기존 ‘상·하’ 두 단계였던 수준별 수업을 ‘상·중·하’ 세 단계로 나누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수준에 조금 더 맞추어 수업할 수 있게 됐다. 교과 수업도 일반 학교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학생들의 언어 수준과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다시 구성한다. 이호경 교사는 담당하는 음악 수업에서 학생들이 한국어로 직접 말할 기회를 자주 만든다.
“말하기를 주저하는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쥐여 주고 발표를 유도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K-팝을 외우고 익힌 뒤 그룹별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게 하죠.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같은 속도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수준에서 조금씩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배움에 참여할 기회를 넓혀 주는 것.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는 그렇게 배움의 간격을 조금씩 좁혀 가고 있다.

음악으로 좁혀 가는 우리 사이의 거리

학생들이 서로의 차이를 넘어 가까워지는 데에는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외부 기관의 지원을 받아 밴드 중심의 음악교육을 운영해 왔다. 전문 강사들이 매주 학교를 찾아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 보컬, 건반 등을 지도하고 학생들은 원하는 악기를 골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운다.
처음에는 악기를 잡는 방법조차 모르던 학생들도 한 해 동안 연습한 뒤에는 하나의 밴드를 이룬다. 학기 말에는 기존 학급을 벗어나 서로 다른 학생들이 새로운 팀을 꾸리는데, 이 과정에서 국적도, 한국어 실력도, 악기 연주 수준도 다른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함께 한 곡을 완성하려면 서로의 소리를 듣고 의견을 주고받아야 해서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는 한국어를 한 번 더 사용하고, 잘하는 친구를 따라 연습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게 된다.
“처음에는 저도 학생들의 음악적 성장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러 해 지켜보니 음악이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악기 하나를 익히고 친구들과 합주해 무대에 서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감을 얻고, 또래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며, 낯설었던 한국 생활에도 조금씩 익숙해져요. 음악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된 거죠.”
앞으로는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도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호경 교사가 꼽은 중요한 교육자의 태도는 ‘인내와 기다림’이다. 학생마다 이해하고 배우는 속도가 다른 만큼 천천히 말하고 반복하며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것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체험활동을 마련하고, 교실 안에서 학생마다 다른 언어와 배움의 속도를 세심하게 살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것, 다양성을 품은 교실은 그렇게 서로의 간격을 좁히며 함께 나아가고 있다.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 이호경 교사 사진

학교 교육 계획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