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교육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삶이 된다
청소년기 경험이 미래 삶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기는 왜 중요한 시기일까?
우리는 흔히 청소년과 청년을 다른 시기로 구분한다. 정책과 제도 역시 연령을 기준으로 두 시기를 나눈다. 그러나 실제 삶은 그렇게 분절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관계를 넓혀 가고, 경제적·심리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이러한 연속된 성장 과정을 ‘성인기 이행(Transition to Adulthood)’이라고 부른다. 청소년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들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경험은 ‘성인기 이행’ 과정을 거쳐 청년기의 삶으로 이어지며, 그 과정에서 삶을 지탱하는 자산으로 축적된다. 청소년기에 경험한 학교생활과 인간관계, 선택과 도전, 실패와 극복 경험은 청년기 삶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가장 밀도 있게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맺고,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기르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의 경험은 청소년이 성인기 이행을 준비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청소년기의 경험은 어떻게 미래로 이어지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청소년기 경험이라고 하면 학업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비단 성적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학교에서의 경험, 부모와의 관계, 교사와 친구의 신뢰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이 청소년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필자가 수행한 학교적응 종단연구에서는 청소년기의 긍정적인 학교 경험이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 이후의 정신건강과 삶의 적응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부모와 청소년에 관한 연구에서는 부모의 관심과 지지가 학교적응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었으며, 학교와 가정에서 형성된 신뢰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보호 요인으로 나타났다.
최근 진행 중인 「청년의 성인기 이행 경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현재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청소년기의 부모, 교사, 친구와의 관계, 진로를 고민하고 선택했던 시간과 실패를 극복했던 경험을 중요한 기억으로 떠올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어려운 경험 자체보다 그 과정을 ‘누구와 함께했는가’였다. 같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모와 교사, 친구의 지지와 신뢰를 경험한 청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인기 이행을 더욱 건강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청소년기의 긍정적 관계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청소년들의 모습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6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73.4%)은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고 느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 79.2%, 중학생 71.9%, 고등학생 69.2%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그 비율이 낮아졌다. 또한 학교 친구와 교사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비율도 모든 학교급에서 9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많은 청소년이 학교와 관계 속에서 긍정적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학교급별 학교생활 만족도
출처: 성평등가족부, 「2026 청소년 통계」
주도적인 ‘선택’의 기회와 연속적인 지원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필요한 진짜 경험은 무엇일까? 바로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경험해 보는 기회’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65.6%는 “청소년은 결정 능력이 부족하므로 어른의 생각에 따라야 한다”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들이 이미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려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청소년을 대신해 선택해 주는 것이 아니라, 선택 후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한편 청소년기의 고민은 청년기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13~18세 청소년의 가장 큰 고민은 ‘학업’이고, 19~24세는 ‘직업’이다. 이는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성인기 이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신의 진로와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해 본 경험이 청년기 자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와 가정, 교육기관과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와 부모의 관심, 신뢰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준다. 교육기관과 사회는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연결된 생애과정으로 바라보고, 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을 위한 경험 지원이 연속성 속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즉, 청소년기에 제공되는 진로 탐색과 상담, 다양한 체험과 자율적인 선택의 기회는 단발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미래 청년의 삶을 지탱할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결국 청소년에게 보장하는 경험과 선택의 기회는 한 아이의 미래를 넘어 우리 사회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 가는 소중한 투자다.
학교급별 학교생활 만족도
10대의 ‘학업 고민’은 청년기의 ‘직업 고민’으로 연결
출처: 성평등가족부, 「2025 청소년 통계」
연령별 청소년의 주요 고민(순위별)
출처: 성평등가족부, 「2025 청소년 통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