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교육
말 못 하는 동물을 치료하다
동물의료센터 수의사
생명에 경중이 없듯, 사람과 동물의 아픔도 다르지 않다. 다만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기에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고 치료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 수의사의 몫이다. 작은 행동 변화와 보호자의 한마디에서 병의 원인을 찾고, 다양한 의료진과 협력해 생명을 살리는 수의사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전문 의료시스템으로 더 정교하게, 동물의료센터
동물병원이라고 하면 진료와 예방접종을 떠올리기 쉽지만 동물의료센터는 사람의 대학병원과 다르지 않은 전문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심장내과와 호르몬내과, 소화기내과, 신경내과를 비롯해 비뇨기과, 치과, 최소침습수술센터 등 질환과 진료 분야에 따라 전문 진료가 이뤄진다. 그뿐만 아니라 혈액투석 신장비뇨기센터와 영상의학센터, 마취 전문 의료진 등 특정 치료와 검사에 특화된 의료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분야별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는 반려동물의 질환이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심장질환이나 신장질환, 내분비질환 등 만성질환이 늘어나면서 한 명의 수의사가 모든 질환을 종합적으로 진료하기보다 분야별 전문 수의사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협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송우진 원장은 “해외에서는 수의학 분야가 훨씬 더 세분되어 있다”며, “국내 역시 전문 분과를 중심으로 진료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잡한 질환일수록 내과와 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여러 분야의 수의사가 검사 결과를 함께 검토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사람을 진료하는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협진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수의사의 역할도 그만큼 전문화되고 있다. 특정 분야를 깊이 연구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다른 분과의 의료진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동물의료센터는 이제 단순히 동물을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전문 분야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의료 현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려동물의 질환이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수의사의 역할도 전문화되고 있다.
특정 분야를 깊이 연구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다른 분과의 의료진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작은 신호에서 시작되는 진료
차분하게 진료를 기다리는 보호자 대기실과 달리,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검사실과 처치실에서는 의료진이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반려동물이 병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채혈과 수액 처치, 약물 투여 등 기본적인 처치가 이뤄지고, 의료진은 동물의 상태를 살피며 필요한 검사를 준비하는 동시에 진료를 위한 기초 데이터를 확보한다. 사람처럼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직접 말할 수 없는 동물에게는 혈액검사와 활력 징후, 작은 행동 변화까지 모두 중요한 진료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검사실에서는 혈액검사뿐 아니라 초음파와 CT, MRI 등 영상 장비를 활용한 정밀검사도 이뤄진다. 특히 심장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처럼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질병은 영상 검사가 정확한 진단의 핵심이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취 가능 여부와 기저질환, 출혈 위험 등을 충분히 확인한 뒤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이 끝난 뒤에는 회복실에서 호흡과 심박수, 식욕, 활동성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안전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혈액투석실에서 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전문 치료를 받기도 하는데, 이처럼 동물의료센터는 진단부터 수술, 회복, 전문 치료까지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송우진 원장에게 수의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에 관해 묻자 ‘보호자와의 소통’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호자가 전한 문진 내용과 동물의 행동, 임상 증상을 함께 종합해 질환의 원인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는 사람이 보호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세한 변화도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에 소통 능력은 수의사에게 중요한 덕목입니다.”





생명을 향한 책임감, 수의사가 되는 길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의과대학에서 6년간 예과와 본과 과정을 이수한 뒤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해부학과 병리학, 약리학 등 기초 수의학부터 다양한 동물의 질병과 치료법을 배우고, 임상 실습을 통해 실제 진료 현장을 경험한다. 따라서 생명과학과 화학 등 기초 과학 과목에 대한 이해는 물론,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논리적 사고력과 보호자 및 의료진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수의사가 된 이후에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 진료는 물론 산업 동물과 야생동물 진료, 동물원과 수족관, 제약 회사, 연구 기관,대학, 공공기관에서 동물 질병 연구와 방역, 식품 안전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심장, 신장, 신경계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진료하는 수의사도 늘고 있다.
만약 동물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는 수의사가 됐을 때 마주하게 될 난관이 많다는 건 명심해야 한다.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 보호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소통 능력,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사명감과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함께 갖춰야 한다. 말하지 못하는 생명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최선의 답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수의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가치다.

“말하지 못하는 생명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최선의 답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수의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가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