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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인사이트

다문화 사회의 교실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세계의 다문화교육

글. 임준 아동청소년교육 박사(IAM 교육연구소 대표)
지금 세계를 만나다 10월

이주배경학생의 증가와 학습자 구성의 다양화는 공교육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국가들은 주류 언어와 문화에 적응시키는 교육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학생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교육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지원을 넘어 모든 학생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함께 배우는 교육으로 전환하고 있는 세계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다문화 사회 초기 시행착오를 겪은 나라들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 프랑스, 호주, 독일 등은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들 국가의 초기 다문화교육은 이주배경학생이 주류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공용어를 익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생이 지닌 고유의 언어와 문화적 다양성을 교육에 활용할 자산이라기보다, 적응을 위해 극복해야 할 ‘결핍’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했다.
미국은 이민자 자녀의 영어 습득을 돕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를 하나로 섞는 ‘용광로(Melting Pot)’식 접근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지닌 언어와 문화적 배경보다 주류 사회의 언어와 규범을 익히는 데 집중해야 했다. 프랑스 역시 ‘이민자 자녀 학교 적응을 위한 정보센터(CEFISEM)’를 설치해 이주배경학생의 프랑스어 교육을 강화했지만,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인정하기보다 모두를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하는 데 무게를 뒀다. 그 결과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 격차와 사회적 고립이 이어지는 한계가 나타났다.
호주에서도 한동안 영어 능력 부족을 이주배경학생의 학업 부진을 설명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영어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별도의 보충 수업에 배치했다. 독일은 1970년대 이주노동자(Gastarbeiter)와 그 자녀를 언젠가 본국으로 돌아갈 ‘임시 거주자’로 여겼다. 이 때문에 독일어가 서툰 학생을 특수학교나 낙제 프로그램에 배치하는 분리 교육이 이뤄졌고, 이는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초기 다문화교육은 이주배경학생이 새로운 사회의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학생의 모국어와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기보다 주류 사회에 맞추는 데 초점을 두면서 정체성 혼란과 학교생활의 어려움, 학업 성취 격차 등 여러 한계도 드러났다.

다문화 교육 이미지

다문화 교육 이미지

‘적응’에서 ‘다양성의 존중’으로 변화하다

20세기 후반부터 동화주의적 다문화교육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다문화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제임스 뱅크스(James A. Banks) 등은 소수 집단의 문화를 일회성 행사나 체험으로 다루는 기존 교육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후 다문화교육은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적응 교육’에서 모든 학생이 서로 다른 문화와 관점을 이해하는 ‘상호문화교육’으로 확장됐다. 학생의 언어와 문화도 극복해야 할 차이가 아닌 ‘교육적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교수법 역시 변화했다. 문화관련교수법(Culturally Relevant Pedagogy, CRP)을 이론화한 미국의 교육학자 글로리아 래드슨-빌링스(Gloria Ladson-Billings)와 문화응답교수(Culturally Responsive Teaching, CRT)를 체계화한 미국의 다문화교육 연구자 제네바 게이(Geneva Gay)는 학생의 문화적 배경을 수업의 유용한 매개체로 활용해 학업 성취를 돕는 문화응답교수법(Culturally Responsive Pedagogy, CRP)을 제시했다. 미국의 교육 연구자 장고 파리스(Django Paris)는 여기서 더 나아가 소수자의 언어와 문화적 정체성을 지속해서 유지·발전시키는 문화지속교수법(Culturally Sustaining Pedagogy)을 제안했다. 유럽에서 발전한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 역시 서로 다른 문화의 단순한 공존을 넘어 적극적인 대화와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과거의 교실이 ‘학생을 학교에 맞추는 공간’이었다면, 오늘날의 다문화 교실은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성을 품을 수 있도록 변화하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성을 배움의 자산으로 만드는 교실

최근 세계의 다문화교육은 학생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실제 배움에 활용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첫째는 ‘트랜스랭귀징(Translanguaging)’이다. 미국의 응용언어학·이중언어교육 연구자 오펠리아 가르시아(Ofelia García) 등이 발전시킨 이 접근은 학생이 자신이 가진 여러 언어를 자유롭게 활용해 개념을 이해하고 학습하도록 돕는다. 모국어를 극복해야 할 장벽이 아니라 학습을 돕는 ‘언어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둘째는 학생의 정체성과 삶의 배경을 교육과정에 연결하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 지역과의 관계를 교육에 연결하는 ‘Country 중심 학습’을 강조하고 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Many Roots, Many Voices’ 역시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경험을 수업에 반영하도록 안내한다.
셋째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이다. 프랑스는 ‘이민자 자녀 취학 지원센터(CASNAV)’를 중심으로 이주배경학생의 학교 적응과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한다. 독일의 ‘지역 엄마들(Stadtteilmütter)’은 이주배경을 지닌 지역 주민이 새로운 이주가정에 교육 정보를 전달하고 학교와의 소통을 돕는 방식으로, 학부모를 교육의 협력자로 참여시키고 있다.
결국 세계의 다문화 교실은 “누가 적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과거의 교실이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면, 오늘날의 교실은 학교와 사회에 묻는다. “우리는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살아갈 수 있도록 얼마나 달라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것이 오늘날 다문화교육이 향하고 있는 중요한 변화다.

다문화 교육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