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5 │ 서울특별시교육청 대변인 / 김영임 / 02-399-9135
[문화일보, 2020.08.05.(수), 사회]
한국삼육중 한복영 교사
어버이날·스승의날 앞두고
‘감사의 마음’전하기 행사
올해는 전교생 91%가 참여
“손편지 안써봐 걱정했는데
다들 행복했다는 말에 흐뭇
작은 이벤트지만 큰울림 줘”
“여러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어때요? 혹시 사소한 일로 가족들하고 다퉈서 마음이 불편한 적 있었어요?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적어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을 한번 봐봐요.”
지난 5월 8일, 서울 노원구 한국삼육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 학교 한복영(여·45) 교사의 부름에 저마다 컴퓨터 앞으로 모였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원격수업이 한창이던 때, 한국삼육중학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했다. 이날은 어버이날을 맞아 전교생이 ‘감사편지’를 쓰는 행사가 진행됐다.
감사편지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교육부, EBS가 함께 주관하는 공모전으로 매해 전국의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한국삼육중학교 같은 경우는 지난해부터 전교생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전교생 454명 중 416명(91%)이 감사편지 쓰기에 참여했다. 한 교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내에서 관련 행사를 맡아 이끌어오고 있다.
어버이날이자, 스승의날을 앞두고 있던 터라 아이들은 진지하게 편지를 써내려갔다. 아이들의 엄숙함은 화상 카메라를 넘어 한 교사의 마음에까지 전달될 정도였다. 한국삼육중학교에 다히는 A 군은 이날 부모님께 감사편지를 썼다. A 군은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갇혀 지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중에 형하고 사소한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났다”면서 “형이 병원에 가게 됐고 부모님도 많이 놀라셔서 죄송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는데 감사편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과하고 가족들과 화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감사편지 쓰기를 이끌고 있는 한 교사는 ‘손편지 쓰기’가 학생들에게 유익한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편지를 쓰기 위해 학생들은 주변의 고마운 분들을 떠올리면서 감사한 마음을 겸비하고, 평소에 말로 전하지 못한 진심을 글로 전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한 교사는 “처음엔 손편지를 많이 써볼 기회가 없는 지금의 아이들이 편지 쓰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 됐다”면서 “학생들이 편지를 전하면서 행복한 경험을 했다는 후기를 종종 들려주는데, 작은 이벤트이지만 울림은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국삼육중학교는 인성교육을 많이 강조하는 학교다. 감사편지 쓰기 참여율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 교사는 올해 행사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일상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를 학생들이 직접 느껴보는 기회로 삼았다고 했다. 평범한 일상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많은 분을 떠올려 보고 표현하는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감사편지 대회 때는 특히 일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감사의 조건을 찾고, 진실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말해줬다”고 언급했다.
‘감사의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모든 만남을 소중히 여기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새 학기가 돌아오면 학생들에게 정현종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소개한다. 하나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희소의 확률로 탄생했는지 알고, 같은 공간과 시간에 놓여 있는 것이 얼마나 오묘한 인연인지 이해한다면, 모든 만남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이 선생님과 친구,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면서 “그런 마음가짐이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기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과 활동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더 넓은 분야에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남겼다. 그는 “선생(先生)님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풀어보면 앞서 태어난 사람”이라면서 “많은 경험이 선행된 제가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을 넓은 세계로의 이해를 이끌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선생님은 참 재미있는 선생님이었어. 다양한 활동을 많이 소개해 주셨지’라고 제자들이 절 기억해주면 흐뭇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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