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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21. 11. 18.(목), 사회]
18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한 수험생이 경복고등학교로 가기 위해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사진=황예림 기자
18일 오전 6시쯤. 해가 뜨지 않아 아직 어둑어둑한 서울 종로구 안국교차로에 형광 점퍼를 입은 남성 3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종로모범운전자회 소속 택시기사다. 수능날 새벽부터 인근 교통정리와 지각생 수송을 하기 위해 현장에 나왔다.
운전자회 일원이자 현직 택시기사인 김용원씨(70)는 "손주들도 대학 갈 때고 하니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온다"며 "벌써 이곳으로 봉사 나온 지도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따로 일당이 주어지는 일도 아니지만 운전자회 소속 봉사자 3명은 해마다 이 곳에서 만난다. 수능 교통정리 봉사를 한 지 10년 된 박태식씨(76)는 "올해는 손녀도 수능을 치러 가는데 손녀는 아빠가 데려다주고 나는 여기 나왔다"며 미소지었다.
분주한 '수능날 교통'…"'긴급 에스코트'에 긴장 못 놔"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교차로와 혜화교차로 일대는 교통정리와 수험생 수송을 위해 나온 경찰 관계자와 봉사자들로 분주했다. 이들은 안국교차로 인근 덕성여고와 혜화교차로 앞 동성고로 향하는 길목과 횡단보도에서 정차 중인 차량을 통제하기도 했다.
고사장 입실 마감을 한 시간쯤 남긴 오전 7시가 되자 도움을 요청하는 수험생이 하나둘 늘어났다. 오전 7시5분쯤 오토바이를 함께 탄 한 부녀가 안국교차로 앞 횡단보도에 정차해 "길을 잃었다"며 학부모회 봉사자를 불렀다. 봉사자가 길을 일러주며 "화이팅"이라 하자 아버지 뒤에 탄 학생은 활짝 웃으며 "감사하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각 혜화로터리도 출근길 차량과 수험생을 태운 차로 정체가 심해졌다. 교차로 인근 동성고 교문 앞에 수험생을 태운 학부모 차량 서너 대가 정차하자 주행 중인 다른 차량이 경적이 울리는 등 잠깐 소란이 일기도 했다. 현장에 나온 교통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야광봉으로 직진하라 안내하자 도로는 금방 정리됐다.
지난해 수능 당일에도 현장 지원을 나왔던 임규상 서울경찰청 교통순찰팀 경위(46)는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다들 학부모라서 협조를 잘해줘 다행히 교통정리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학교를 잘못 찾은 학생들을 '긴급 에스코트' 해줘야 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늦잠 학생'은 오토바이 호위받으며 입실…분주한 '입실 마감'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경찰 무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전 7시50분쯤 지각 위기에 놓인 한 학생이 경기상고로 가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안국교차로에 있던 학부모회 오토바이 한 대가 수험생이 있는 종로소방서로 출동했다. 15분 만에 다시 안국교차로로 돌아온 학부모회 관계자는 "학생이 고사장에 10분 만에 도착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8시쯤엔 당황한 표정을 지은 한 남자 수험생이 무거운 가방을 맨 채 급히 경찰을 향해 달려왔다. 해당 수험생이 "아침에 배가 아파 빨리 못 나왔는데 경복고로 가야 한다"고 설명하자 경찰은 곧바로 "이쪽으로 오라"며 오토바이에 태웠다.
입실 마감 직전 혜화교차로 인근 동성고 앞에선 오토바이 호위를 받으며 경찰차를 탄 수험생이 내려 교문을 향해 달렸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이 늦잠을 잤다고 했다"며 "오전 8시3분에 중구 홍인동에서 다행히 경찰차를 타고 올 수 있었다"고 했다.
혜화경찰서에서 현장 지원을 나온 이모 경감은 "몇 년 전에도 20대 수험생이 울면서 학교를 잘못 왔다고 혜화에서 송파 오금중까지 오토바이에 태워 갔다"며 "수능은 워낙 급박하니 매번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한 학생이 덕성여고에 오전 8시35분까지 도착한다고 해 경찰 관계자가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못해 고사장 문은 정각에 굳게 닫혔다.
올해 수능은 50만9821명이 지원했다. 전국 일반 시험장 1251곳에서 시험이 치러진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별도 시험장 112곳에서, 확진 수험생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31곳에 입소한 상태로 시험을 치른다.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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