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꾸준히 책을 읽는 시간, ‘너나들이 독서모임’
점심시간이 막 시작된 금천고등학교 도서관. 하나둘 모여든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조용히 책장을 넘긴다. 1·2학년으로 구성된 ‘너나들이 독서모임’에서는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모둠을 꾸려 책을 직접 선정하고 매일 20분씩 ‘깊이 읽기’를 진행한다. 활동은 단순한 독서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 키워드와 인상 깊은
문장을 기록하고, 책을 읽으며 떠오른 질문을 직접 만든다. 질문도 사실 확인, 감정, 상상, 비판, 실천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눠 사고를 확장하도록 구성돼 있다. 네 번의 읽기 활동 뒤에는 질문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이어진다. 완독 이후에는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을 정리해 답을
찾고, 분분한 해석을 주고받는 열띤 토론으로 마무리한다. 김현정 사서교사는 “한 번에 책을 다 읽고 토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읽는 과정 중간중간에 질문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넣고 있다”며, “학생들이 내용을 더 꼼꼼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너나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한 학기에 학생들이 읽는 책은 한두 권 정도로 권수가 많지는 않지만, 이는 그만큼 깊이 있는 독서 습관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1학년 안서율 학생은 “수행평가나 학업을 핑계로 독서를 계속 미뤄왔는데, 정해진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진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학교 수업 내용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혼자였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책도 함께 읽고 질문을 나누며 금천고등학교 학생들은 끝까지 완독하는 뿌듯함을 알아가고 있었다.
독서와 인문학, 질문 너머 맥락을 읽다
약 10년 동안 독서기행, 인문학 아카데미, 독서 토론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운영해 온 금천고등학교는 올해 서울특별시교육청 인문학 실천학교로 선정되며 관련 활동을 더 확장하고 있다. 인문사회부장 백은정 교사를 필두로 개념탐구 독서 활동 및 기획 담당인 김규림 교사, 독서교육 담당인 이혜민 교사, 김현정 사서교사가
학생들의 독서와 인문학 활동을 주도한다.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는 시대일수록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맥락을 읽어내는 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정보를 검색하기보다 숏폼 영상이나 생성형 AI를 통해 빠르게 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정보를 얼마나 빨리 찾느냐보다 그 안에서 핵심과 맥락을 읽을 수 있느냐예요. 결국 사고력과 문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AI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저자를 직접 학교로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문학 톡톡’은 평소 만나기 어려운 작가와 직접 소통하며 책 속 이야기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볼 수 있게 한다. 독서기행 프로그램은 책이나 작가와 관련된 명소를 찾아 단순한 독서를 넘어 건축, 예술, 문학을
함께 경험하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준다.
도서관 역시 이러한 교육철학을 담고 있다. 2021년 도서관 현대화 사업 이후 도서관은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했다. 학생들이 직접 추천 도서를 큐레이션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며, 앞으로는 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통해 독서와 토론, 협력 수업까지 가능한 열린 학습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책을 읽으며 행복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천고등학교의 독서 활동은 단순한 독서 교육 활동에 머물지 않는다. 학생들이 책을 매개로 자신의 시선을 조금씩 넓혀가는 과정에 가깝다. 천천히 읽고 깊이 생각하는 경험, 책을 읽고 품는 질문이 쌓여갈수록 오늘과 다른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다.
<금천고등학교 ‘너나들이 독서모임’의 특징>
✔ 함께 끝까지 완독하는 ‘협업형 독서’
관심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과 직접 책을 선정. 함께 책을 읽으며 읽기 속도가 느린 학생도 모둠 활동에 참여하며 끝까지 독서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 질문을 만들고 사고를 확장하는 ‘깊이 읽기’
읽은 내용 속 핵심 키워드와 문장을 기록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나 토론해 보고 싶은 질문을 다양한 유형별로 직접 만든다.
✔ 읽기·쓰기·토론이 연결되는 ‘탐구형 독서’
네 번의 읽기 활동 뒤 토론 진행. 완독 이후에는 심화 토론까지 이어간다. 책 한 권을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읽기·쓰기·말하기를 연결해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