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 사람들

음악극으로 꽃피운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성

서울천왕초등학교 허용 교사

글 . 강진우 / 사진. 김성재

허용 교사 사진

음악 수업은 ‘듣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은 감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음악을 해석하고 표현하며 새로운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경험은 학생들의 음악적 이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서울천왕초등학교 허용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음악극을 창작하고 발표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감상과 표현, 창작이 연결되는 배움의 과정을 실현한다.

이해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 음악 수업

음악대학 진학을 꿈꿀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던 허용 교사는 임용 후 음악 수업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그는 학생들의 특성과 흥미를 반영하고, 음악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내용을 폭넓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2019년부터 1년 단위 음악 교육과정을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몇 년간은 리듬·가락·화성 등 음악의 주요 개념에 교과서와 전국초등음악수업연구회(온음)의 자료 등을 접목했다. 그러던 중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영속적 이해(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와 깊이 있는 학습을 지향하는 이해중심 교육과정을 접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핵심 아이디어와 핵심 질문을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 계획을 세운 뒤 학습 활동을 설계하는 백워드 설계(Backward Design) 기법을 적용한 음악 커리큘럼을 개발해 나갔다. ‘2025년 학교예술교육 공모전’에서 초등 예술수업 우수 사례 부문 대상을 수상한 <지금은 페르 귄트의 시간: 귀에서 시작해 무대로 피어나다>도 그중 하나다.
“‘현대 극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대표 희곡 ‘페르 귄트’는 피아니스트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가 작곡한 ‘페르 귄트 모음곡’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하는데요. 특히 ‘산왕의 궁전에서’, ‘아침의 기분’은 광고나 영상 매체에서 사용되며 우리 귀에 익숙한 곡이기도 하죠. 반복적이고 매력적인 리듬 덕분에 학생들이 음악적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수업의 제재곡으로 선정했습니다.”
친숙한 음악에 희곡 <페르 귄트>의 서사가 더해지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음악 속 장면과 감정을 상상하며 작품에 몰입했다. 음악의 요소를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이야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경험까지 가능해지면서 ‘페르 귄트 모음곡’은 감상과 창작을 잇는 프로젝트 수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피아노 치는 사진

음악 수업 사진

음악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인을 기르다

총 11차시로 구성된 수업의 초반부에서 학생들은 ‘페르 귄트 모음곡’을 감상하며 음악의 기초 요소를 탐색하고 배운다. 아울러 각 음악을 듣고 떠오른 느낌을 신체 동작, 즉흥연주와 노래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음악적 감수성을 끌어올린다.
6차시부터는 이야기와 음악을 음악극으로 재창작하는 데 집중한다. 자발적으로 개별·모둠별·공통 역할을 설정한 학생들은 연주·연기·춤·노래 등을 만들고 연습하며 음악극 한 편을 완성한다. 마지막 수업 때는 학생 관객들 앞에서 음악극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진다.
“음악 시간에 듣는 곡은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던 학생들이 수업 후에는 다른 음악도 감상하고 싶다며 제게 좋은 곡을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음악을 단순히 ‘좋다’, ‘별로다’로 구분하는 데서 나아가 음악적 특징을 스스로 발견하고 표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죠.”
학생들은 음악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나누고 함께 작품을 완성해 가며 협업의 가치도 배웠다. 또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돌아보는 과정을 반복하며 메타 인지와 자기 조절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 허용 교사는 음악이 단순한 교과 학습을 넘어 학생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경험을 선사하는 예술 활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6학년 음악 전담 교사를 맡은 그는 올해 3~5월 학생들이 직접 동네의 다양한 소리를 채집하고 분석한 뒤 이를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사운드맵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학기에는 에듀테크와 AI를 활용한 음악 창작 수업도 계획하고 있다. 학습 활동의 총량을 늘리기보다 깊이 있는 예술교육을 실천해 학생들을 한층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문화인으로 길러내고 있는 허용 교사.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스스로 치유하며,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그의 남다른 음악 수업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