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재발견

창공에 새겨진
대한민국의 꿈과 도전

국립항공박물관

글. 편집실 / 사진. 박성수

국립항공박물관 이미지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인간의 오랜 열망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거쳐 현실이 되었고, 그 여정 속에 우리 민족의 역사도 함께 날아올랐다. 독립의 염원을 품고 조선의 하늘을 날았던 안창남의 비행에서 세계를 잇는 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까지. 대한민국 항공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국내 유일의 항공 전문 국립박물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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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항공 전문 국립박물관

서울시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옆,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그곳에 국립항공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2020년 개관한 국립항공박물관은 우리나라 항공문화와 항공산업의 유산을 수집·보존·연구·전시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항공 전문 국립박물관이다. 특히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미국 캘리포니아 윌로스에 한인비행학교를 세운 지 100주년이 되던 해에 문을 열며 대한민국 항공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물관 건물 역시 항공을 모티브로 설계됐다. 외관은 비행기 터빈엔진의 역동적인 움직임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됐으며, 내부 중앙홀에는 실물 항공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에어워크(Air Walk)’가 설치돼 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관람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실물 항공기와 같은 높이에 서게 된다. 하늘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비행기의 궤적을 공간으로 구현한 셈이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인간이 하늘을 꿈꾸기 시작한 순간과 마주한다. 세계 항공역사관은 바람을 이용해 물체를 하늘 높이 띄우는 것으로 비행의 원리를 깨달은 ‘연(Kite)’에서 시작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 연구,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성공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어떻게 중력의 한계를 넘어 하늘을 인간의 영역으로 확장해 왔는지 보여준다. 한편, 임진왜란 당시 포위된 성의 소식을 외부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비거(飛車 ; 하늘을 나는 수레)’ 역시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기록만 전해지기 때문에 실제 형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하늘을 날고자 했던 선조들의 상상력과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Flyer) 복원 모형 이미지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Flyer) 복원 모형

제트엔진 기술의 시작을 보여주는 휘틀엔진 이미지 제트엔진 기술의 시작을 보여주는 휘틀엔진

조국의 하늘을 지켜낸 항공독립운동가

세계 항공의 역사를 따라 걷다 보면 전시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항공의 역사로 이어진다. 입구에 새겨진 ‘대한민국은 시련의 순간에도 가장 높은 꿈을 꾸었기에 오늘날 전 세계 어디로든 마음껏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라는 문구는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가 호국의 역사에서 비롯됐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을 위해서는 육지와 바다를 넘어 하늘까지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구상은 1920년 미국 캘리포니아 윌로스에 한인비행학교를 설립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곳에서 조종사와 정비사 등 항공 인재를 길러내며 한국 항공 역사의 첫 장을 써 내려갔다.
전시실에 소개된 당시 한인비행학교 관련 자료와 항공 독립운동가들의 기록, 중국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비행술을 익히고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행적을 보고 있노라면 항공은 독립을 향한 또 하나의 전략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안창남이 있다. 1922년 금강호를 타고 여의도 비행장을 이륙한 그는 조선인 최초로 조선의 하늘을 비행하며 민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당시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었던 만큼 단순한 항공 시범을 넘어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안겨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 안창남은 중국으로 건너가 항공 독립운동에 참여하며 독립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안창남을 비롯한 항공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항공의 뿌리가 시련의 순간에도 놓지 않은 꿈, 대한 독립을 향한 애국심에서 시작됐음을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의 항공 독립운동가들 이미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의 항공 독립운동가들

대한민국 항공의 뿌리는 시련의 순간에도 놓지 않은 꿈,
대한 독립을 향한 애국심에서 시작됐다.

하늘길을 열고 산업을 일으키다

천장까지 시야가 탁 트인 중앙 전시홀에 들어서면 실물 항공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에서 사용된 훈련기 스탠더드 J-1 복원기를 비롯해 광복 이후 우리 힘으로 하늘을 지키기 위해 도입한 건국기, 한국전쟁을 거치며 공군력의 토대를 마련한 항공기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국민 성금으로 마련된 공군 최초의 항공기인 건국기는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고자 했던 의지를 상징한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항공 기술을 축적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기반을 다져온 노력은 이후 민간항공과 항공산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1960~1970년대 들어 항공은 국방을 넘어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됐다. 국내외 항공 노선이 확대되며 대한민국은 세계와 연결되기 시작했고, 항공기 제작과 정비, 항공우주 기술 개발도 본격화됐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맞이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동북아시아의 대표 허브 공항으로 성장한 인천국제공항은 사람과 물류, 문화를 세계와 연결하며 대한민국을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하늘길이 넓어질수록 항공은 더 이상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열린 자료실에는 승무원 유니폼과 기내식 용기, 항공권, 기내 잡지, 기내 서비스 물품, 기념품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국가 발전의 상징이었던 항공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기까지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중앙전시홀의 실물항공기들 이미지 중앙전시홀의 실물항공기들

열린 자료실에 전시된 항공 기념품 이미지 열린 자료실에 전시된 항공 기념품

미래를 향해 비상하다

1층 전시실이 대한민국 항공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면, 2층과 3층은 미래를 향한 비상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드론과 도심항공교통(UAM), 친환경 항공기 등 미래 항공 기술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조종과 관제, 항공 안전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항공을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직접 배우고 꿈꾸는 분야로 만들어준다. 실제로 국립항공박물관은 미래 항공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거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전시의 마지막은 옥상 전망대다. 김포국제공항 활주로와 맞닿아 있는 전망대에 서면 항공기들이 이착륙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100여 년 전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행을 꿈꾸었던 사람들, 독립을 위해 하늘길을 개척하고자 했던 독립운동가들, 오늘날 미래 항공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까지. 시대는 달라졌지만 하늘을 향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 꿈의 시작과 현재,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만나보자.

출입국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이미지 출입국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항공기 이착륙을 볼 수 있는 옥상 전망대 이미지 항공기 이착륙을 볼 수 있는 옥상 전망대

국립항공박물관

장소아이콘 주소: 서울시 강서구 하늘길 177 시간 아이콘 관람 시간: ‌10: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아이콘 관람료: 무료 문의 아이콘 문의: 02-6940-3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