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유

세상에서 가장 명료한 학문,
수학으로 미래의 답을 찾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글. 편집실 / 사진. 김성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본부장 사진

감염병 확산을 예측하고, 기업의 생산공정을 개선하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일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수학을 활용해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유일 수리과학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를 찾아 수학으로 세상의 난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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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수학의 힘을 연구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국내 유일의 산업수학 연구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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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현실을 연결하는 연구소

코로나19 유행 당시, 뉴스에서는 감염재생산지수와 확진자 예측 그래프가 연일 등장했다. 감염병 확산 속도와 유행 정점을 예측했고, 그 덕분에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예측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수학이 있었다. 오늘날 수학은 의료는 물론 산업, 재난 예측,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열쇠로 활용된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이러한 수학의 힘을 연구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국내 유일의 산업수학 연구 기관이다. 의료수학과 수학적 모델링, 시스템 최적화, 데이터 분석, 감염병 확산 예측, 암호와 보안 기술 연구는 물론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까지 수학을 활용해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다양한 과제를 풀어내고 있다.
이처럼 수학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수학은 여전히 시험을 위해 공식과 문제 풀이를 반복하는 어려운 과목으로만 여겨진다. 오죽하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편견을 부수고 수학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수학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본원에 들어서면 일반적인 연구 기관에서는 보기 힘든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수학문화관이다. 학교 단위 견학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이곳에서 3차원 그래프를 직접 조작하며 수식이 입체 도형으로 변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대칭 원리를 활용해 다양한 기하학 패턴을 만들어볼 수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체험을 통해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수학 개념이 한층 친근하게 다가온다. 수학이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는 순간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예측하는 수학

“우연처럼 보이는 감염병 확산 속에서도 수학은 공통된 패턴을 찾아냅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본부 총괄 담당이자 감염병 연구를 진행하는 이종걸 본부장이 칠판에 감염병 연구의 기본이 되는 ‘SIR 모델’을 쓰며 설명을 시작했다. SIR 모델은 감염될 수 있는 사람(Susceptible), 감염자(Infectious), 회복자(Recovered) 세 집단의 변화를 수학적으로 나타낸 모델이다. 1927년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커맥과 앤더슨 매켄드릭이 제안한 이 모델은 약 100년이 지난 지금도 감염병 연구의 기본 틀로 활용되고 있다. 이후 연구자들은 여기에 전파율(β)과 잠복기, 백신 접종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더해 실제 상황에 가까운 감염병 확산 모델을 만들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질병관리청과 협력해 감염병 데이터를 분석하고 방역 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감염재생산지수 역시 이러한 연구를 통해 산출되는 대표적인 지표다. 감염병 연구팀 손우식 연구원은 “수리 모델은 현실에서 직접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움직임을 수치로 분석하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살펴보는 것. 이것이 감염병 연구에서 발휘하는 수학의 힘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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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계산 능력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과 끈기,
새로운 문제를 탐구하는 호기심이 중요하다.

바이러스의 움직임을 수치로 분석하는 감염병 연구팀 사진 바이러스의 움직임을 수치로 분석하는 감염병 연구팀

수학 방정식을 입체 형태로 구현한 3D 모형 사진 수학 방정식을 입체 형태로 구현한 3D 모형

수리모델 연구팀의 연구 흔적 사진 수리모델 연구팀의 연구 흔적

안전을 설계하고 재난에 맞서다

수학의 무대는 연구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자연재해와 공공안전 분야에도 수리과학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가 지진파 분석이다. 강원도 정선 예미산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연구 시설 ‘예미랩(Yemi Lab)’에는 지진과 중력파를 관측하기 위한 장비가 설치돼 있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진파의 특성과 지하 구조를 분석한다. 과거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도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을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땅속의 움직임을 수치화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 역시 수리과학의 역할이다.
한편,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산업수학혁신센터는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기술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지원한다. 생산 공정의 효율을 높이거나 물류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복잡한 현상을 수식과 데이터로 바꾸고, 그 속에서 규칙과 해답을 찾아낸다. 감염병과 지진, 산업 현장은 서로 다른 분야지만 그 중심에는 공통점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이해하고 데이터 속에서 이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는 일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은 입을 모아 “수학자는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수학 연구는 정해진 공식을 적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발생한 문제를 파악해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뒤 가장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계산 능력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과 끈기, 새로운 문제를 탐구하는 호기심이 중요하다.
AI 시대에 수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와 자율주행, 빅데이터 분석 기술 역시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역시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수리 최적화 분야 연구를 확대하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수리과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숫자로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질문에 도전하는 사람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만난 수학자들은 오늘도 가장 명료한 언어인 수학으로 미래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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