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를 만나다
보는 곳에서
배우는 곳으로
서울과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전시 교육의 변화
글. 김현지 학예사
지금 세계를 만나다
글. 김현지 학예사
전시는 이제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경험을 통해 배우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 복합 기관인 스미스소니언과 서울의 몰입형 미디어 전시 공간 빛의 시어터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몰입형 전시 교육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전시가 어떻게 새로운 배움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본다.
미스소니언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연구·교육 복합 기관이다. 총 21개의 박물관 및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곳은 몰입형 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혁신적인 전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중에서 자연사 박물관의 ‘스킨 앤 본즈(Skin and Bones)’ 앱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 앱은 1881년부터 전시되어 온 13개의 골격 전시물에 살과 근육을 입히고 움직임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앱을 통해 뼈대 위에 살과 근육이 덧입혀지는 모습을 보며, 동물들의 움직임도 관찰한다. 예를 들어 뱀파이어 박쥐가 날아오르는 모습이나 물고기를 잡는 아힝가(새의 종류)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는 전시물의 역사와 생태에 대한 독특한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현재 한국의 많은 미술관이 시도하고 있는 360도 가상 전시 투어를 추가로 제공하여 물리적 방문이 어려운 관람객도 전시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미스소니언이 전통적인 전시 방식을 넘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예술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관람객들의 참여와 이해를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전시 사례를 들여다보면, 재개관을 기념하여 열린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 렌윅갤러리의 ‘원더(WONDER)’ 전시에서는 9명의 현대 예술가들이 전체 미술관을 실감형 예술 작품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자넷 에힐먼(Janet Echelman)의 대형 그물 설치물과 레오 빌라리얼(Leo Villareal)의 23,000개 LED 조명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몰입형 예술 전시(Immersive art exhibition)’는 작품을 생동감 있게 빛과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전시이다. 이를 위해 고화질 프로젝터와 대용량 서버, 스피커, 영상 음향 자동화 시스템 및 3D 음향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되었다. 프랑스 남부 레보드프로방스 지역의 폐채석장을 개조해 ‘빛의 채석장(Carrires des Lumires)’이란 이름의 몰입형 전시를 선보인 사례가 있는데, 1935년 채석장이 문을 닫은 후 인구수가 1만 5천 명으로 급감했던 이 지역은 빛의 채석장을 선보인 이후 2016년 기준 한 해 동안 약 6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도시로 변화하기도 했다. 즉 몰입형 전시를 통해 생동감 있는 교육 변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사례로 소개하고자 하는 ‘빛의 시어터(Thtre des Lumires)’는 조명, 무대장치 등 기존 공연장의 공간적 특색과 총면적 약 1,500평, 최대 높이 21m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를 그대로 살려낸 문화 재생 공간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전시 외에도 여러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스미스소니언과 한국의 빛의 시어터는 모두 혁신적인 몰입형 예술전시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과 특징에는 몇 가지 주요한 차이점이 있다. 먼저 기술적으로 스미스소니언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주로 활용한다. 이는 모바일 앱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360도 가상 전시 투어를 통해 원격 관람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 기술을 활용하여 작품의 세부 묘사를 강조한다. 반면 빛의 시어터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몰입형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0여 개의 고화질 프로젝터를 활용한 360도 프로젝션 매핑을 구현하고, 3D 음향 시설을 통해 청각적 몰입감을 강화했다. 아울러 아미엑스(AMIEX: 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 기술을 활용하여 예술과 음악을 결합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스미스소니언이 개인 디바이스를 활용한 AR/VR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빛의 시어터는 대규모 공간을 활용한 몰입형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빛의 시어터는 관람객이 공간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좌석에 앉아 편안하게 감상하거나 바닥에 앉아 몰입하는 등 다양한 관람 방식을 허용한다. 인터랙티브 포토 키오스크(Interactive Photo Kiosk,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고전 명화 속 인물의 얼굴을 융합해 주는 콘텐츠)를 통한 참여형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미니 오페라 공연 등 실제 공연과 디지털 전시를 결합한 복합적 경험도 제공한다. 즉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보다는 공간 내에서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신체적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다.
콘텐츠 구성적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선 빛의 시어터는 작가의 작품을 대형 스크린에 투사하여 재해석함으로써 시각적 요소에 중점을 둔 몰입형 경험을 우선한다. 작품의 세부 묘사와 전체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전달하고, 이를 위해 음악과 영상을 결합하여 다감각적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다. 접근성 및 포용성의 측면에서 스미스소니언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고,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관람객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투어 등 장애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를 다국어 서비스로 제공하여 언어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전시회와 국내 전시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몰입형 예술전시를 구현하고 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술관은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과 교육적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빛의 시어터는 대규모 공간을 활용한 몰입형 환경과 감성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기관의 접근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의 미술관 경험이 이 두 가지 방향을 모두 포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방식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전시는 ‘보는 활동’을 넘어 ‘배우는 경험’이 될 수 있다. 박물관은 지금도 예·체능과 전시, 다양한 문화 경험을 통해 배움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