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 사람들
에듀테크를 결합한
체육 수업,
경쟁 아닌
협력을 배우다
서울대명초등학교 어지환 교사
글 . 편집실 / 사진. 박성수 / 자료 사진. 어지환
서울교육 사람들
글 . 편집실 / 사진. 박성수 / 자료 사진. 어지환
‘체육’하면 가장 먼저 ‘즐거움’이 떠오를 정도로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은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 마음껏 뛰노는 시간이었다. 이 즐거움 속에서 아이들이 협력과 소통을 배운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서울대명초등학교 어지환 교사는 머릿속에 맴돌던 고민을 ‘탐구 THE하기 공동체 체육 수업’으로 구체화했다. 탐구 질문을 중심으로 학생이 스스로 움직이고, VR·AI·메타버스 등 에듀테크를 결합해 기존 체육 수업의 틀을 벗어났다. 아이들이 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협력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는 어지환 교사를 만나 새로운 체육 수업의 방향에 대해 들어보자.
“체육 수업에서는 경쟁 활동을 어쩔 수 없이 많이 하게 돼요. 지고 이기는 과정도 삶에서 꼭 배워야 하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하면 협력하고 협동하며 경쟁할 수 없을까 늘 고민했습니다.”
체육 대학원을 졸업한 뒤 17년째 교단에 서 있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체육 수업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가 많았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거운 체육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무렵, 2022년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 AI 디지털 요소를 활용하라는 권장이 내려왔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AI 디지털 요소를 체육에 접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환 교사는 디지털 기계에 익숙하기는커녕 기계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기존의 스포츠 종목에 에듀테크를 접목하여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수업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목표는 오로지 딱 하나,
‘경쟁보다 협력할 수 있는 체육’이었고, 그렇게 ‘탐구 THE하기 공동체 체육 수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수업은 시도-발견-확장의 흐름 속에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체육 활동에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운동하기-스포츠하기-표현하기로 이어지는 단계 안에서 학생들은 탐구 질문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에듀테크를 활용한 VR 스포츠 체험, QR코드를 활용한 피클볼 활동, AI 기반 운동 등을 통해 다양한 목표를 함께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협력한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낯설어했어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지만 크롬북이나 아이패드를 공부에 활용하기에는 미숙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당시 제가 맡았던 5, 6학년은 기기가 모자랐거든요. 체육관에서 잘 안 터지는 무선망도 얼마나 애먹였는지
모릅니다(웃음).”
학교에 남는 유휴 기기를 다 모으고, 업체에서 대여도 했다. 무선 인터넷망도 다시 정비해야 했다. 그 과정만 장장 두 달이 걸렸다. 하지만 값진 노력 끝에 맺힌 열매는 달았다. 게임처럼 진행되는 수업에 아이들 반응은 뜨거웠다. 상대 팀과 우리 팀, 1등과 2등을 나누던 아이들은 조를 꾸리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
젓는 과정을 통해 협력하는 법을 체득하기 시작했다.
수업은 체육관에만 머물지 않았다. 어지환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 밖에서도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했다. 올림픽공원의 스마트 스포츠 체험관을 찾아 VR과 AR 기반 스포츠를 경험하게 하고, 학교에서는 Xbox라는 게임기를 활용해 댄스와 스포츠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AR 기술을
이용한 클라이밍 체험장 설치는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러한 활동은 모둠 단위로 이루어지며 자연스럽게 서로 역할을 나누고 돕는 협력 구조로 이어졌다. 변화는 교실 분위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정 학생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갈등이 어지환 교사가 맡은 반에서는 1년 내내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꼭 체육 수업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서로 배려하고 돕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공동체라는 개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지환 교사는 올해 담당하고 있는 5학년 과학 수업에서도 탐구와 기록, 협업 과정을 디지털 도구로 연결하는 방식을 실험 중이다. 미래에는 어떤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지 연구하고 싶다는 그는 학교가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배움의 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기술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과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협력과 탐구, 기술이 결합된 체육 수업과 다양한 교과목 적용. 어지환 교사의 시도는 서울교육이 나아갈 또 하나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