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마음

아이의 마음이 보내는 신호,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글. 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성장학교 별 교장)

학생들과 학교 일러스트

학교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은 기쁨과 즐거움뿐 아니라 때로는 낯선 감정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특히 어린 시기일수록 마음의 변화는 더 섬세하게 나타나고, 스스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도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성장의 일부이지만, 주변의 관심과 이해에 따라 경험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또 일상에서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하는지 차분히 짚어봅니다.

학생들 일러스트
Q

아동과 청소년기의 우울은 성인 우울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 건강의 어려움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나요?

아이들의 경우 ‘우울하다’, ‘슬프다’라는 말을 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운이 없고, 관심이나 의욕이 없으며,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우울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고통을 호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몰라”, “싫어”, “귀찮아”, “짜증나”라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 다른 감정 신호는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어두워진 채로 지내는 것입니다. 이는 차분해진 것이 아니라, 우울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힘들다고 괴롭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은 사정을 듣고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짜증과 함께 말이 없어지는 아이는 초기에 눈에 띄지 않아 놓치기 쉽습니다. 침묵이 가장 위험한 신호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Q

아이의 마음이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과하게 걱정하는 건 아닐까 망설여집니다. ‘상담이 필요한 정도’의 판단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상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때입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거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거나, 수면량, 식사량에 변화가 오고 짜증이 늘어 관계가 어려워진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일단 부모님과 아이는 특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위로나 쉼이 되는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마련하세요. 그러면서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어른들이 도와줄 수 있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확실하게 말해야 합니다. 상담을 어떤 이유로 어떻게 받게 되는지도 중요합니다. 상담이 벌을 받거나, 특별한 취급을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이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이가 자신의 상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초기 상담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아이가 잘하던 일에도 흥미를 잃고, 좋아하던 활동도 참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단순한 관심 변화인지, 마음을 살펴봐야 하는 신호인지 궁금합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관심의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 마음속에는 나름의 계기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가볍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유를 쉽게 알기 어려울 때 조금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말을 아끼는 상황도 있지만 한편으로 부모가 변화를 충분히 알아차리지 못해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바탕으로 아이를 믿고 기다릴지, 일상에서 도움을 줄지,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지 차분히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따뜻하고 진지하게 반응하며, 마음의 연결이 이어져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게 필요합니다.

Q

또래 관계, 학업, 미디어 등 다양한 자극 속에서 아이들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일상에서 마음 건강을 위해 가정과 학교가 지켜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지나치게 바쁘고 쉴 틈 없이 지낼 때, 마음의 여유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이 과도하게 채워지면 작은 부담도 크게 느껴지기 쉽고, 이는 정서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역량과 상황에 맞게 활동의 밀도를 조절하고, 충분히 숨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유가 있을 때 아이들은 보다 안정된 태도를 보이고 타인을 배려하거나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힘도 커집니다. 반대로 과도한 기대와 일정은 압박감을 높이고,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자신감과 동기가 떨어지며 짜증이나 분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마음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특별한 무언가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확보되는 ‘쉼과 여유’입니다.

Q

학교 이야기를 물어도 ‘그냥’, ‘몰라’처럼 짧게 답을 끝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부담 없이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짧은 대답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쉽게 꺼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이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외식을 하거나, 가볍게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 긴장이 풀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특별한 맥락 없이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질문 방식보다 그에 앞선 분위기와 태도입니다.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여유 있는 상황을 만들고, 평가나 재촉 없이 진심으로 듣고자 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바쁜 일상에서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기 어렵습니다. 늘 곁에 있지 못하더라도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아이와 대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각 가정의 우선순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퇴근 후 집안일을 하느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집안일을 더 우선하고 있는 셈이죠. 아이와의 시간을 우선하고, 집안일은 분담해야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이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애할 때 바빠서 챙기지 못하면 사랑이 식었다고 여기는 것처럼 아이들도 부모가 바빠서 챙겨주지 못하면 서운함을 느낍니다. 다만 늘 곁에 있지 못해도 마음으로는 연결될 수 있죠. 이는 대화, 우선순위, 부모가 아이를 대한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매일의 보살핌이 중요합니다. 카톡이나 문자, 영상을 활용하시고, 일관성 있는 관심으로 보살핌의 연결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