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유

‘플레이’가 ‘커리어’가 되다
게임 개발의 모든 것

글로벌게임허브센터

타이틀 아이콘

글. 편집실 / 사진. 김성재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사진

모니터 속 캐릭터가 움직이기까지,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손이 있다. 기획과 개발, 테스트와 출시까지. 게임은 여러 직무가 협업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이러한 과정을 가능하게 하고,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입구

게임의 재미는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다. 적을 몇 번 공격해야 긴장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난이도는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
등을 수치와 구조로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재미’라는 대서사를 설계하는 사람들

판교에 있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내부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게임 개발을 위해 입주한 개발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화면을 바라보며 손만 분주하게 움직인다. 개발사에 들어가면 ‘게임을 실컷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달리, 실제 게임을 만드는 공간은 여느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직무가 필요하다. 크게는 실제 게임을 만들어내는 ‘개발 영역’과 완성된 게임을 시장에 선보이는 ‘유통 영역’으로 나뉜다. 개발 영역에는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가 포함된다. 기획자는 게임의 방향과 구조를 설계하고, 프로그래머는 이를 실제로 구현한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시스템, 게임의 규칙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아트 디자이너는 캐릭터와 배경, 인터페이스 등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시각적 요소를 완성한다.
여기에 더해 게임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QA(테스터), 완성된 게임을 시장에 선보이고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유통(배급사)까지 다양한 직무가 협력한다. 특히 게임의 재미는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다. 적을 몇 번 공격해야 긴장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난이도는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 등을 수치와 구조로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처럼 게임 개발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사용자의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 게임

게임에 진심인 사람들의 조력자, 글로벌게임허브센터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이러한 제작 과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소규모 개발사에는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게임을 만드는 능력은 있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은 개발사들은 게임을 만드는 데는 강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부분에는 약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발자들이 모여 시작한 팀이다 보니 대표 역시 ‘CEO’라기 보다는 개발자나 아트 디렉터(감독) 역할을 그대로 병행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면 세무나 법률, 인사 같은 부분은 자연스럽게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기반조성팀 주성호 팀장의 말처럼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개발자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채워주는 데 집중한다. 법률과 세무, 인사 관리 같은 현실적인 문제부터 투자자 연결, 사업화 전략까지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진다. 현재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는 중소 게임 기업과 예비·초기 창업팀 등 50개의 개발사가 입주해 있으며, 입주 기업들은 사무 공간 임대료와 관리비를 지원받고 다양한 개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실제 게임 개발과 테스트를 위한 전문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 환경에서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테스트베드, 몰입형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VR 게임 테스트베드,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구현하는 모션캡쳐 스튜디오, 그리고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술 자문을 지원하는 AI 컨설팅 룸 등이 대표적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구축하기 어려운 고가의 장비와 환경을 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여러 개발사가 한 공간에 모여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의 기회를 만든다. 투자자 역시 한 번에 여러 기업을 만날 수 있어 투자 연결도 수월해진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의 목표는 단순하다. ‘작은 팀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10명 규모의 회사가 50명 규모로 확장되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회사로 자리 잡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공간’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 가까운 곳이다.

 모션캡처 스튜디오

 모션캡처 스튜디오

사람과 물체의 움직임을 캡처하는 모션캡처 스튜디오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은 그만큼
‘재미를 보는 눈’이 생깁니다.”

변화하는 시대, 미래 개발자를 위한 이정표

최근 게임 산업은 이전과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과거에는 게임의 경쟁 상대가 다른 게임이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게임의 경쟁자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닙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이 사람들의 시간을 나눠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시간을 들여 레벨을 올리고, 반복적인 플레이를 통해 성취감을 쌓는 방식의 게임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짧은 시간에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형태로 플레이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하는 ‘방치형 게임’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결국 게임은 사람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콘텐츠가 되었고, 그 경쟁 범위는 스포츠, 영상, SNS 등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문화로 확장됐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게임 산업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 특히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경험해 본 것은 분명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은 그만큼 ‘재미를 보는 눈’이 생깁니다.”
이 말의 뜻은 ‘게임을 많이 하라’고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래밍이나 그래픽 같은 개발 영역은 별도의 기술과 재능이 요구되지만, 게임 산업 전체로 보면 마케팅, 투자, 서비스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토대로 선택할 수 있는 직무가 넓다는 이야기다. 주성호 팀장은 게임 업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즐기면서 오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왜 재미있는지 분석하고, 자신만의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연결하는 출발점이다. 게임을 즐기던 경험이 하나의 직업으로 이어지는 길. 그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공간에서 오늘도 새로운 게임과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모셥 캡처 기술 모셥 캡처 기술은 콘솔, 모바일, PC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VR 게임테스트를 위한 HMD룸 VR 게임테스트를 위한 HMD룸

 AI 컨설팅 룸 AI 컨설팅 룸

 모바일 게임 테스트베드 모바일 게임 테스트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