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자기 주도적 탐구’를 더하다
서울구로초등학교의 경우 IB 교육은 목적이 아닌 과정이었다.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AI 시대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절감한 교사들은 문해력·수리력·집중력·탐구력·사고력 등 이른바 미래역량을 기를 수 있는 새로운 수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논의 끝에 ‘깊이 있는 탐구의 실천’을 핵심 주제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2023년 IB 교육과 인연을 맺은 교사들은 구로초만의 탐구적 수업을 차근차근 꾸려 나갔다. IB 교육이란 탐구·비판적 사고·국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도록 돕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선생님들이 모일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더 많이 질문하고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논의하며 수업에 변화를 줬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학생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정해진 교과과정을 충실히 따르되 해당 단원이 제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제를
스스로 설정하고, 직접 자료 조사와
토론에 나서며 자신의 생각을 글과 발표로 교사와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자기 주도적 탐구학습’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렸습니다.”
모든 탐구 과정의 출발점은 ‘질문하기’다. 교사는 수업 시작 단계에서 학생들이 단원의 핵심 개념과 학습 방식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또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 유용한 ‘만다라트(Mandal-Art)’ 기법, 자료를 관찰하고 생각하며 궁금증을 떠올리도록 돕는
‘STW(See-Think-Wonder)’ 기법, 학생 스스로 배운 내용을 질문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하며 수업을 마무리 짓는 ‘출구 티켓(Exit Ticket)’ 기법 등을 적극 활용해 학생들이 수업 내내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연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수많은 질문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탐구의 동반자이자 이정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널리 탐구하되 더욱 깊이 있게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개념을 학습하기 위해 진행하는 ‘케이크를 가장 공정하게 나누는 방법’ 수업은 서울구로초등학교가 추구하는 자기 주도적 탐구학습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교사는 수업 시작과 동시에 조별로 모인 학생들에게 케이크를 나눠준 뒤 “모든 친구가 공평하게 케이크를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직접 케이크를 잘라보면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르는 권한과 선택하는 권한을 분리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학생들의 탐구 과정을 지켜본 교사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 소개된 개념인 ‘권한의 배분’ 내용을 토대로 삼권분립의 중요성을 알기 쉽게 전달하며
수업을 마무리한다.
한편 탐구학습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교과와 연계한 탐구 단원에 소개된 책 중 한 권을 골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토론하는 ‘온책읽기’ 활동을 진행한다. 또한 단순히 수학 문제를 많이 푸는 기계적 수업 대신 한두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해답을 모색한 뒤
논리적 과정을 글로 풀어 설명하는 ‘수학 저널’ 활동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기른다.
“물론 주어진 여건상 모든 수업을 이처럼 깊이 있게 탐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 상황에 맞춰 ‘깊이 있는 탐구학습’의 요소요소를 부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최대한 많이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고, 그 끝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방향성만큼은 모든 수업에서
분명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정충대 교사는 “서울구로초등학교의 남다른 수업에는 급변하는 미래 속에서도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개척하고, 답을 찾아 나가길 바라는 진심이 담겨 있다”며 “앞으로도 ‘주도적 탐구’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미래역량 강화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